일상은 바쁘지만, 무료하고, 복잡하지만 단조롭습니다. 반면에 여행은 이렇게 배배 꼬인 일상, 삐뚤어진 마음을 단번에 되돌아오게 합니다.
와디즈 BX/브랜드마케팅 팀원이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신 두 메이커님을 만났습니다. 이 두 메이커님이 진행하신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왠지 여행과 같은 낯선 활력이 느껴졌습니다. 방황하는 즐거움을 찾아 스스로 발걸음을 뗀 강희영, 문연이 프로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란?
생업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만의 일을 하는 것
강희영 │studio aop(스튜디오 아옵)의 첫 프로젝트로 그래픽 티셔츠로 펀딩을 진행. aop. 은 and other project. 의 약자이며, 회사 일 말고도 자아실현을 위한 작업들,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만든 이름입니다.
문연이 │책 <알 바야 쓰레빠야>으로 펀딩을 진행. '내 책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책에는 온전히 나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먼저 사이드 프로젝트를 왜 시작하셨는지부터 얘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두 분은 어떻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희영 : 2~3년 동안 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 성향상 안전한 상태를 좋아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내 브랜드를 차리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회사에 다니면서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팀장님과 대화를 하다가 '72시간의 법칙'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어요. 결심을 하면 72시간 이내에 무엇이든 실행을 해야 나중에라도 실행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미뤄왔던 프로젝트 하나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존에 해왔던 디자인을 이틀 동안 수정해 티셔츠 소량 발주를 넣었죠.
'내가 입을 거니까 빨리 만들어봐야지. 소량으로 만들어보고 반응이 별로면 안 해야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요.
<알 바야 쓰레빠야> 책을 제작한 문연이 메이커
연이 : 저는 마음이 흔들릴 때, 어지러운 생각이 들 때 글을 쓰며 마음을 튼튼하게 붙잡았어요. 이렇게 글이 쌓이다 보니 '내 책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책을 한 번 만들어보려고 2019년 초에 함께 독립출판을 해보는 강연을 들었는데요. 그 뒤에도 '이걸로 책을 낼 수 있을까?', '너무 TMI 아닐까?' 많이 망설였어요.
그때 강연해주시는 선생님이 '우선 하고 봐라.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걸 되뇌며 용기를 얻었죠.
회사를 다니시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셨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연이 : 모든 분들이 실행이 어렵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어요. 물론 평소보다 바빠지긴 하는데요.(웃음) 다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서 바쁜 와중에 활력소가 생기는 느낌이었어요. 그 땐 정말 '내가 인생을 정말 꽉 채워서 살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일 외에 내 모습을 다시 찾는 기분도 들었고요.
저도 어려울까 봐, 일이 너무 많이 들까 봐, 돈이 많이 들까 봐 고민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분이라면 꼭꼭 해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희영 : 저는 회사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브랜드 디자인을 하면, 브랜드 아이덴티티 이외의 것들은 디자인하기 어려운 제약이 있는데요.
계속 회사 작업을 하다 보니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죠.
회사에 다니시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려면 정말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분은 어떻게 스케줄 관리를 하셨어요?
희영 : 실은 저는 팀장님과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정말 많이 응원해주셨죠.
그래서 더 '이 프로젝트 때문에 회사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게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업무가 끝난 이후 10시부터 작업을 시작하곤 했어요.
새벽시간에 작업을 많이 했고 늦게까지 하더라도 다행히 회사가 자율출근제여서 푹자고 출근할 수 있었어요 :) 또 휴가를 쓰고 업체 미팅을 하루 동안 몰아서 했습니다.
그래서 휴가가 5일밖에 안 남았어요.
연이 : 저는 글은 이미 쌓아놓은 것이 있어서 그나마 덜 부담됐어요. 대신 제가 야근을 많이 하다 보니 평일에는 거의 이 프로젝트에 신경을 못 썼어요. 대신 주말을 최대한 활용했죠.
어떤 날은 아침에 노트북 들고 카페에 가서 종일 원고작업을 하고, 또 어떤 날은 아침 일찍 충무로에 가서 종이를 만져보고 컬러테스트를 하곤 했죠.
(충무로 가게들이 주말엔 일찍 닫거든요)
혼자서 글 쓰고, 교정/교열하고, 디자인하고, 표지까지 만들다 보니까 완성은 조금 늦어졌어요.
원래는 제 생일인 11월에 맞춰서 펀딩 오픈하려고 했는데, 2019년 12월 16일이었나...? 2019년의 끝자락에 겨우 냈어요.
희영 메이커님은 티셔츠를 제작해서 펀딩을 진행하셨는데, 그 과정이 궁금해요.
희영 : 실은 처음에 엄청난 혼란이었어요. 처음에는 친구랑 같이 하기로 했는데, 패턴 뜨는 과정에서 그 친구가 회사 투잡 금지 규정에 걸려서 혼자 하게 되었어요.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는데, 주변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는 티셔츠를 단순히 프린트해서 제작한 게 아니라 원단을 고르고, 나염을 하고, 패턴을 뜨는 생산을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생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지나가던 어떤 분이 '프린트 하시겠네요~'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티셔츠 제작의 처음인 생산부터 해봐야겠다! 못 할 건 또 뭐 있어!"라는 오기(?)로 하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생산까지 했던 것이 좋았죠. 다들 예쁘다, 탄탄하다고 말씀해주시니까요.
연이 메이커님은 출판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연이 : 실은 다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낯설고, 어색했어요. 우선, 교정, 교열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맞춤법 검사기로도 쭉 체크하고, 읽으면서 어색한 부분은 직접 국립국어원에 검색해서 확인했어요. 적어도 열 번은 넘게 읽은 것 같아요.
읽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드는데, '사람들이 디자인을 보고 펀딩하거나 구매했는데 실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 것 같아요.
글을 다 썼더니 디자인이 걱정됐어요. 내지 디자인은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요. 유튜브로 프로그램을 배워 한 장 한 장 다 디자인했어요.
표지 디자인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려고 노력했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내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하면서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려다 보니 일러스트보다는 잘 어울리는 사진 중심으로 선택하게 됐어요.
듣기만 해도 정말 새로워요.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분이 이렇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던 동력이 궁금합니다.
연이 : 저는 고민할 때 내 책이 손에 잡히는 무게감이나 질감을 상상했어요. 제 책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거니까, 결과물을 계속 떠올렸죠.
희영 : 강제성과 데드라인이요! (웃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고 주변 분들께 알리면 정말 할 수밖에 없어져요. 저는 반팔 티셔츠를 펀딩했는데요. 5월 말에 시작하다 보니 여름 시즌을 맞추기 정말 빠듯했어요. 시작하고 와디즈 PD님과 미팅하면서 ‘이제 정말 빼박이다' 생각했어요.
제작 이후에 펀딩이라는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독자분들께는 이제야 말씀드리지만 두 분 모두 와디즈인이신데, 회사에서 듣고 보던 익숙한 방식이라 펀딩을 선택하신 건가요?
연이 : 실은 저는 펀딩이라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제 책을 만들고 싶어서 독립출판을 하는 강연에 가게 되었는데,
듣고 보니까 독립 출판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거예요.
그래서 최소 펀딩액인 50만 원으로 펀딩을 올려봤어요. 50만 원도 안 모일까 봐 너무너무 걱정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100만 원을 넘겼어요.
그 때 내가 쓴 글에 사람들이 반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희영 : 저는 펀딩 과정에 대해서도 잘 몰랐어요. 제가 와디즈 직원인데 펀딩 오픈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도 전혀 몰랐죠.
와디즈는 투잡을 하면 대표님께 말씀을 드려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요. 제가 대표님께 "저 개인 작업해서 뭐든 만들어 보려구요!"라고 말씀드렸더니, 대표님이 "오 펀딩해? 잘 해봐!"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렇게 펀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웃음). 이왕 이렇게 된 거, 펀딩으로 잘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끝내고 난 뒤, 두 분의 메이커님께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연이 : 저는 여러 가지 면이 있는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문득 '회사 일만 하고 살기에는 너무 인생이 각박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회사가 목적이 되는 순간, 회사 생활에 매몰되면서 균형을 잃기 쉽잖아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가 살아가는 삶에서 밸런스가 맞는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사이드 프로젝트가 일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창구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요즘 많은 분이 여러 가지 부캐를 갖고 계신데, 다양한 취미를 만들고,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해서 여러 개의 성공적인 부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희영 :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멘붕도 많이 오고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는데요. 생각보다 더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힘을 내서 하게 됐어요.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려면 주변에서 이해해주는 문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 팀은 '우리 정말 사이드 프로젝트 해야 해'라고 팀원들끼리 말하기도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가 본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그런 문화가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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